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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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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권 논쟁을 기억하시나요? 대여권 신설의 문제로 요즘(이 글이 작성된 2005년) 시끄럽습니다. 대여권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저작자가 대여로 발생되는 수익을 대여점에서 징수할 수 있는 권리, 법적근거를 만드는 일입니다. ​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법 같지요? "와! 이젠 작가가 대여점에서도 돈 받으니까 더 좋아지겠네?" 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일단 먼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생각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는 겁니다. 이 대여권의 적용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47조(도서 대여에 대한 보상) ①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 ..
'오즈의 마법사'가 1890년대 미국을 풍자한 우화라면? 드넓은 평원 한복판의 외딴집에 사는 도로시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도로시의 집을 오즈의 나라로 날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도로시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에메랄드 시에 사는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찾으러 가는 도중에 똑똑해지고 싶은 허수아비, 심장이 필요한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를 만나 함께 오즈를 만나러 갔습니다. 오즈는 사악한 서쪽 마녀를 쓰러뜨리면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다가 늑대와 벌들의 습격을 받았지만, 도로시 일행은 힘을 합쳐 서쪽 마녀를 물리치고 에메랄드 시로 돌아왔습니다. 오즈는 허수아비에게 두뇌를, 양철 나무꾼에게 심장을, 사자에게 용기를 각각 상으로 주었습니다. 도로시는 신고 있던 은..
'PC방 전원차단 실험'이 남긴 교훈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9년 전 PC방 전원차단 실험을 한 기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분께서 따끔한 지적을 해주셨고, 사건에 대한 나의 입장이 정리된 뒤 제대로 이 주제를 다뤄보고 싶어 글을 서로이웃 공개로 전환했다. 그때 내가 올린 글은 아래와 같다. 기자 본인도 젊은 혈기에 저지른 실수라고 시인했으니, 이제 조롱, 비난조의 댓글은 그만 달리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도 충동적으로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시 보면 창피할 때가 있는데, 그래도 이 분은 자기 흑역사를 얼버무리지도 않으시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제3자일 뿐이니 기자의 됨됨이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도 그 분에 대한 악성 댓글이 ..
아키하바라 도서관은 왜 운영을 중단해야 했을까 아키하바라 도서관 규칙 아키하바라 도서관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파일을 자사의 서버에 호스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용자들이 게시한 다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만을 제공합니다. 또한, 아키하바라 도서관은 회원이 게시한 링크로 접속할 수 있는 타 웹사이트의 내용과는 완전히 무관하며,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음을 알립니다. 저희는 DMCA를 준수하며 저작권 침해를 피하고자 합니다. 당신이 아키하바라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먼저 자사의 정책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만약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발견하시면, 『team1412@protonmail.ch』로 침해 사실을 신고해주세요. 가능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 Akihabara Toshokan does not host copyright infringement file..
정석과 클리셰 - 진부한 것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 이 글은 정석과 파격에 대한 Decoy 님의 글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래 글을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정석의 매력 증명 - 변경의 팔라딘 우리는 흔히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툭하면 우려먹는 패턴 등을 클리셰라고 부른다. 그런데 클리셰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일까? 우선 클리셰라는 단어에 깃든 부정적인 뉘앙스를 떨쳐내기 위해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나열해보자. 정석(定石), 관행, 패턴, 틀, 스테레오타입(streotype) 등이 있을 것이다. 클리세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단어들 역시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과연 진부한 것이 그렇게 나쁜 걸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1. 참신하고 새로운 것은 ..
서비스신 이야기 #1 남성향 콘텐츠와 젠더 문제 참고 : '서비스신 이야기'는 1. 남성향 콘텐츠와 젠더 문제 2. 노출의 수위보다 중요한 것 이렇게 두 편짜리 글입니다. (사실 이 연작은 https://blog.naver.com/frostylight/222415178248의 '가슴 크기 비교하는 클리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내 최애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와 최애 애니 '저 너머의 아스트라' 모두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거유다 빈유다 하면서 호들갑 떠는 장면이 있었던 터라..) ​ 1. 서론 ​ 일본의 서브컬처를 젠더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데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라이트노벨과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이 오타쿠들이 주로 즐기는 마이너한 서브컬처라는 점이고, 둘째는 대부분의 1차 창작(원작)이 남성향 콘텐츠에서 나오는 현실이다. 대..
일본 서브컬처를 비판하기 전에 답해야 할 세 가지 질문 ※ '창작물'은 원래 '독창적으로 지어낸 예술 작품'을 의미하지만 이 글에서는 소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아우르는 말로 쓴다. 목차 (0번을 건너뛰거나,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질문 1 : 창작물은 '현실적'일수록 좋은가? 0. '현실성'과 '개연성'은 무엇이 다를까? 1. 플롯의 결말은 꼭 현실적이어야 할까? 2. 사회 통념에 반하는 내용도 재미를 위해서라면 들어갈 수 있을까? 3.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과 편견이라면 여과 없이 묘사해도 될까? ​ 질문 2 : 창작물은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할까? 1. 창작물은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2. 창작물에서 실존하는 사회 문제를 묘사할 때는 어떤 원칙이 지켜져야 할까? ​ 질문 3 : 창작물은 대중성을 추구해야 할까? 0. 대중성과 작품성은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