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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서비스신 이야기 #1 남성향 콘텐츠와 젠더 문제

참고 : '서비스신 이야기'는

1. 남성향 콘텐츠와 젠더 문제

2. 노출의 수위보다 중요한 것

이렇게 두 편짜리 글입니다.

 

 
 

(사실 이 연작은 https://blog.naver.com/frostylight/222415178248의 '가슴 크기 비교하는 클리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내 최애 만화 '카구야 님은 고백받고 싶어'와 최애 애니 '저 너머의 아스트라' 모두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거유다 빈유다 하면서 호들갑 떠는 장면이 있었던 터라..)

1. 서론

일본의 서브컬처를 젠더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데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라이트노벨과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이 오타쿠들이 주로 즐기는 마이너한 서브컬처라는 점이고, 둘째는 대부분의 1차 창작(원작)이 남성향 콘텐츠에서 나오는 현실이다. 대다수의 서브컬처 향유자가 '남자'이면서 '오타쿠'이기에, 서비스신이 무엇이고 왜 쓰이는지, 또 그것이 여성을 조명하는 방식이 남성향 콘텐츠라는 토양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묻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런 맥락에서 이 글은 서비스신의 의미와 역할을 설명하고, 한국과 일본의 젠더 문제와 그것이 남성향 콘텐츠와 가지는 관계를 소개한 뒤, 남성향 콘텐츠 시장의 소비자와 창작자 양쪽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제시하며 끝내려고 한다.

 

2. 본론

 

1) '남성향'과 '서비스신'의 정의

남성향은 남성 수용자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진 문화상품이나 그러한 상품들이 띠는 성향을 말한다. 주로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나 애니메이션 및 게임 등의 매체에 대해 사용되나, 때로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나 소설, 영화 등의 매체로까지 범위가 넓어지기도 한다. 남자 캐릭터 한 명과 여자 캐릭터 여러 명 사이의 관계를 그리는 하렘물이 대체로 여기에 포함되며, 여자 캐릭터들 사이의 (미화된) 동성애를 다루는 백합물이나 운동 경기 및 격투를 주요 소재로 하는 작품들 역시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위키백과, '남성향'

서비스컷(サービスカット), 서비스신(サービスシーン), 팬서비스(ファンサービス)는 일본의 아니메, 망가에서 고의적으로 수위가 높은 장면을 팬들을 위해 그리는 행위를 말한다.

위키백과, '서비스컷'

 

 

참고자료 1 (리디북스, '카구야 님' 리뷰)

ang***

남성향 특유의 여성 비하 발언(빈유와 여자력)이 존재. 그리고 4권에서 정신이 몽롱한 카구야가 어리광을 부려 회장과 잠깐 자는데 나중에 그 일로 사이가 서먹해진다. 회장은 후배와 이 일을 상담하는데 그 새끼가 하는 말이 강간,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모욕과 다를 게 없다. 한 술 더 떠 카구야는 "사실은 조금 어떻게 해 줬으면 했다고! 나는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란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보련다.

 

참고자료 2 (라프텔, '카구야 님' 리뷰)

haeinz*****

일본은 이상하게 남자 여자 되게 따지더라. 개그인 거 아는데 굳이 이런 개그를? 시답지 않다. 매번 애니 보면서 느끼는 건데 그놈의 가슴 크기에 집착하는 게 웃기다. 2화만에 불쾌해서 하차함 ^^

 

2) '욕구'와 '욕망'의 구분 (사전적 의미)

욕구 : 동물적인 본능.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고, 해소할 수 있다.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는 일)

욕망 : 인간의 고유한 감정.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하고,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아즈마 히로키, <동물화되는 포스트 모던>

 

성욕: 혼자서, 또는 둘이서 '상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소할 수 있다.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싶은 애정 욕구. 완전히 채울 수 없다.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or 그런 일)

 

→ 서비스신은 작가가 독자들의 '욕구'에 부응한 결과물이기에, '팬서비스'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3) 한국과 일본의 성차별 실태

참고자료 3 (2011, 2018, 2019년도 신문 기사)

참고자료 4 (WEF의 세계 성별차 보고서)

Japan’s gender gap is by far the largest among all advanced economies and has widened over the past year. The country ranks 121st out of 153 countries on this year’s Global Gender Gap Index, down 1 percentage point and 11 positions from 2018. Japan has narrowed slightly its economic gender gap, but from a very low base (score of 59.8, 115th). Indeed, the gap in this area is the third-largest among advanced economies, after Italy (117th) and the Republic of Korea (127th).

 

일본의 성별 격차는 선진국 중 제일 크고 지금까지 상승하는 추세임. 올해의 국제 성별 격차 지수로 153개국 중 121위에 들었으며, 경제 부문에서는 선진국 중 이탈리아(117위)와 대한민국(127위) 다음으로 성별 격차가 큼(순위가 낮을수록 성별 격차가 큰 나라)

 

4) 남성향 콘텐츠의 창작과 소비, 그리고 젠더 문제

참고자료 5 (리디북스, '데미는 이야기하고 싶어' 리뷰)

cho***

나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 여성들이 꼬이지만 나는 그걸 모른다는 식의 전개가 정말 불편했습니다. 한 명 정도 연심을 품는것은 이해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는 꽃 아이템으로 취급되는 것 같아서 불편했습니다.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상처받지 않게 다가가는 것은 좋지만 결국 여자 캐릭터들로 하렘을 만들고, 모든 사랑을 에로스적 관점으로만 풀었다는 게 상당히 얕게 다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애정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이 쉽게 사랑에 빠질 수는 있지만 사제 지간이라면 그런 사랑이 아닌 충분히 다른 감정도 나타날 수 있는데 왜 이렇게만 다뤄서 불편한 느낌을 주었을까. 결국 어떤 것이든 여자 캐릭터를 연애 대상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soo***

극소수자에게서 끝까지 대상화할 것만 찾아보는 게 역겹더라고요. 하렘물이면 하렘물로 밀던지 뭔가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역겨웠고요.

 

사회에서 일어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재미있는 만화라는 평가가 중론인데도 일부 독자가 '불편하다', '역겹다'는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작품 자체보다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젠더 갈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다만 아래 글은 리디북스에서 믿을 수 없는 리뷰가 올라오는 원인이 해당 장르에 대한 독자의 무지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gog***

이 만화에서 너희들이 좋아하는 사상 좀 찾지 마. 남성향 모에 만화에서 뭘 기대하는 거야?

yes***

소수자 어쩌고 하면서 별 하나 준 사람도 있는데, 진지하게 갈 꺼 없이 이거 그냥 이종족 모에 학원물이다. 애초에 남성향이기도 하고, 그냥 재미와 흥미만을 추구한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함.

 

남성향 콘텐츠라면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적 대상화도, 무거운 소재를 경박하게 풀어내는 것도 허용된다는 걸까. 난 '데미'가 남성향 작품인지 묻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데미'는 남성향 만화이니 얼마든지 선을 넘을 수 있다는 듯한 저 두 사람의 논리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묻고 싶다.

 

3. 결론

이렇게 서비스신의 의미와 역할, 그리고 남성향 콘텐츠와 젠더 문제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서비스신은 원래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말이지만, 요즘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일러스트와 다양한 수위의 성애 묘사가 들어간 라이트노벨에서도 '서비스신'을 찾아볼 수 있다. 꼭 서비스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주로 소비하는 10대 남성들에게 잘못된 성관념을 심어주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는 좋아하는 작품에 나오는 서비스신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창작자는 서비스신을 비롯한 남성 독자들을 위시한 표현들이 여성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지 않도록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카구야 님'의 작가 아카사카 아카가 말했듯이, '오타쿠가 오타쿠를 노리고 그리면 일반인 여성들은 감흥을 느끼기 어려워지니까'.

참고자료 6 (네이버 블로그, '혐오의 시대에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 댓글 中)

현실은 그저 상업 작품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거지, 사람들은 돈을 주고 도덕책을 구매하고 싶어하지 않아요.

참고자료 7 (리디북스, '카구야 님' 리뷰)

ake***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무언가는 옳다 틀리다 이야기하면 결국 내 옆에 두었던 좋아하던 것들은 사라지고 말겁니다. 픽션은 픽션대로 봅시다.

 

ehd***

솔직히 빻은 거 찾으라면 1권에 시로가네가 카구야 럭키스케베 하는 거나 카구야가 후지와라와 가슴 크기를 비교하면서 바다는 안된다 하는 거 등등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그런 건 내버려 두다가 미투 언급만 그냥 못 넘기겠다는 건.. 난 솔직히 어떤 기준으로 그걸 판단해서 하차 여부를 결정하는건지 모르겠음. 무지로 인해 표현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건 다 똑같지 않나 싶고.. 난 불편한 건 문제 의식을 가지되, 즐거운 건 즐거운 대로 간직하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

 

 

참고자료 8 ('카구야 님' 작가, 아카사카 아카의 인터뷰)

Q. 카구야님은 그림체도 스토리도 남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상정한 독자층이 있나요?

A. 개인적으로 일로 지친 OL(Office Lady, 직장인 여성을 지칭하는 일본식 조어)의 마음을 풀어주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오타쿠를 겨냥한 작품을 그릴 생각은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제 자신이 오타쿠라서 OL을 겨냥하고 그릴 생각이지만, 결과적으로 오타쿠존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스탠스가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오타쿠가 오타쿠를 노리고 그리면 일반인 여성들은 감흥을 느끼기 어려워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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