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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경제

대여권 논쟁을 기억하시나요?

 

대여권 신설의 문제로 요즘(이 글이 작성된 2005년) 시끄럽습니다.

대여권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저작자가 대여로 발생되는 수익을

대여점에서 징수할 수 있는 권리, 법적근거를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좋은 법 같지요?

"와! 이젠 작가가 대여점에서도 돈 받으니까 더 좋아지겠네?"

이런 생각 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일단 먼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생각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라는 겁니다.

이 대여권의 적용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47조(도서 대여에 대한 보상)

①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참고=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대여점, 늬들 돈내놔라." 이겁니다.

이쯤 되면 '오오! 우리나라가 좋은 법 하나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수박의 겉핥기에 불과합니다.

진실을 들여다 보지요. 일단 이 법에는 3가지 징수제가 사용됩니다.

1) 시차제(時差制).

출간된 도서가 서점 시장에 배포되고 일정 기간 경과 후에 대여 시장에 배포되는 방식.

즉, 오늘 서점에 책이 깔리면 대여점에서는 3개월 뒤에

그 책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선징수제(先徵收制).

서점에 유통되는 도서와 대여점에 유통되는 도서의 가격을 다르게 하는 것.

예를 들어 서점용이 8천원이면, 대여점용은 9천원이라는 식입니다.

3) 후징수제(後徵收制).

각 대여점에 전산망을 구축, 실제 대여된 횟수와 금액에서 일정액을 징수하여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방식.

여기서 실질적으로, 현 시장에서 제일 값싸고 편하게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상위 2개 제도입니다.

시차제의 경우, 총판의 공급을 막아버리면 되고, 선 징수제는 애초에 책 값을 달리해

배포하면 그만이니까요.

헌제, 3월 8일 저작권법 개정과 대여권법 신설 공청회에서 나온 방법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3번입니다.

방식도 아주 친절하게 잘 나와 있습니다. '전산망을 구축'한답니다.

적용한다면 실제로 저럴 수 밖에 없습니다. 예. 그 점은 인정합니다만,

'어떻게' '무슨 돈으로' 전산망을 구축하겠다는 건지는 나와있지 않습니다.

세금이요? 혈세 낭비라고 욕 먹습니다.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건 대여점에서 돈을 내야 한다는 건데, 이게 또 악랄합니다.

전산망이라는 건 한번 구축하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달 집에서 전화세 내고 있죠?

그게 전파 이용료 뿐만 아니라 회선의 유지, 보수, 신설등의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실질적으로 그 유지보수비용 때문에 전화세가 있는 것이고요.

대여점에 전산망을 구축한다면, 그 전산망을 이용하는 비용을 대여점에서 내야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여점들이 무슨 갑부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한 달에 300만원 매출 나오면 최고소득의 대여점이란 소리를 듣는 이 시장에서,

전산망을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모두 대여점에 맡긴다는 소리입니다.

이미 그것만으로 영세 대여점은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정도의 금전적 압박을 받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또! 대여료를 징수하겠다는 겁니다!!

'대여료 징수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대여료라는 건 일종의 세금과도 같습니다.

매달 나오는 세금을 걷으면, 그것이 바로 국고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거쳐서 수수료 떼고 국고에 들어가듯이,

대여료에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 중간에 거치는 기관이 생긴다는 겁니다. '지정단체'가 생긴답니다.

그 단체도 사람이 운영하고 있으니 인건비는 건져야겠죠?

징수한 대여료에서 수수료를 뗀답니다.

대체 국가에서 무슨 권리로 민간시장에 개입해서 수수료를 징수하겠다는 겁니까?!

후징수제의 방안은 '일괄징수 후 재분배'라고 합니다.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대여점들을 말려죽이겠다는 소리입니다.

대여료 징수를 위한 전산망을 구축하면, 그 지정단체가 그 전산망을 관리하게 될 것은

뻔합니다.

그렇다면 그 단체는 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여점에 돈을 요구해야 합니다.

단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요.

이쯤 하면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이번에 신설된다는 이 법안은, '지정단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입니다.

그 지정단체요? 당연히 대여권법을 만든 문화관광부 소속이지요.

결과적으로, 이건 문화관광부의 인간들이 지네들 돈 좀 더 걷어보겠다고

시장을 쥐어 짜겠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전산망 구축과 대여료를 부담할 수 없는

영세대여점은 존립의 위기를 떠나 그냥 망합니다.

한 달에 100만원 매출 유지하기도 힘든 곳에 그런 비용을 내라고 하는 건

망하라는 소립니다.

대여점이 줄어들면, 작가들의 입지도 좁아집니다.

대여점이 책을 나가게 하고, 이름을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실 테지요.

그런 와중에도 "작가들이 줄어도 난 살 수 있어"라고 말하는 잘난 사람들 있습니다.

예. 잘났습니다. 그러고 살라지요.

신인 작가가 등용될 시장이 턱없이 좁아지는 판국에, 이기적으로 살라지요.

아니, 기존 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마당에, 신인에 눈 돌릴 틈이 있겠습니까?

새로운 인재가 나타날 기회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작가의 숫자도 줄어듭니다.

위에서 물이 흘러오지 않는데, 물줄기가 어찌 커지겠습니까?

당연히 기존 작가들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 이걸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소설 좋아하시죠? 재미있는 글 많이 읽었으면 하시죠?

저 역시 좋은 글 읽고, 쓰고 싶은 기분이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한낱 백일몽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꿈을 꾸시는 모니터 너머의 많은 지망생 여러분.

이 법이 통과되면 여러분들은 그 수고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로

그 꿈을 접고 펜은 꺾어야 할지 모릅니다.

저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말로, 제 생각으로 글을 쓰고 싶습니다.

허나, 나라에서는 그럴 여건 조차 마련해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땅의 수많은 작가들과 대여점주, 총판이 같이 공멸하라고 합니다.

장르문학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참 자라나는, 신인들과 기존 작가들을 그대로 내리 찍어 죽이려고 합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조금만 떼서 저희를, 여러분을 구하는데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래 표기한 사이트는 대여권법 신설에 관련된 입법의원 3인과 문화관광부의

사이트 주소입니다.

그곳에서, 누구를 위한 법을 만들었는지 성토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문화 관광부 : http://www.mct.go.kr

이광철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 : http://www.kwangchol.com/

정청래 국회의원 개인 홈페이지 : http://www.mapopower.or.kr/

윤원호 국회의원 : http://www.wantandhope.net/

문화관광위원회 : http://culture.assembly.go.kr

뒷짐지고서 말로만 해선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곽건민(필명: 이그니시스)

 

법적으로 이미 시중에 유통된 책을 재배포하는 것은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국회는 대여권 법령을 신설해 대여점에서 돈을 걷으려고 했을까? 경제학적으로는 세금 액수만큼 시장의 총잉여가 줄어들 뿐인데.이런 짓은 업계도, 독자들도, 심지어 작가들도 바라지 않았다. 요즘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서 2005년의 대여권 논쟁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기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편집자이자 창작자인 이도경 씨에 따르면 판타지나 무협 소설은 워낙 전자책과 웹연재가 흔해서 오프라인 단행본이 나오는 일이 드물 정도라고 한다. 반면 라이트노벨은 출판사에서 전자책을 제작하지 않거나 종이책과 1,2권의 텀을 두고 발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출의 대부분이 종이책 판매에서 나오기 때문이며, eBook이 종이책을 대체한다고 믿는 출판업계는 전자책 시장 진출을 꺼리는 것이다.(출판사 편집부에서 전자책을 만들 여력이 없는 것도 있다)

나는 전자책과 종이책은 고객층이 다르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앞으로도 라이트노벨 전자책을 보려면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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