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라이트노벨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 - 유사과학의 향연

 

2 X 2 = 4!

 

위 문장은 참일까, 거짓일까? 참이라고 답한 사람은 문과 성향, 거짓이라고 답한 사람은 이과 성향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농담이고, 이렇게 문과 이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글의 부제가 '유사과학의 향연'인 것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이미 유사과학이 어떤 것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사람의 혈액형이나 생일이 속한 별자리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과학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론이나 학설, 연구, 주장 등을 의사과학(psuedoscience)으로 정의하며, 유사과학이나 사이비과학은 이것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소설을 리뷰하면서 유사과학을 언급한 이유는 이제부터 소개할 라이트노벨, '청춘 돼지는 바니걸 선배의 꿈을 꾸지 않는다'가 가지는 설득력이 유사과학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과학을 조금만 공부하면 절대 넘어가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솔깃하게 들린다는 점에서)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에서 작가가 실수한 부분을 알아보자.

 

"상자 안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으음, 한 시간에 한 번이라는 확률로 방사성 원자는 방사선을 뿜는다고 했지? 그리고 독가스가 든 용기의 뚜껑은 방사선을 감지하면 열리는 거잖아?"

"그리고 30분이라면 한 시간의 절반이니까······ 살아있을 가능성은 2분의 1이겠네."

1권 108쪽 中



이게 바로 양자역학의 유명한 사고 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실험의 요는 '1시간 후에 절반의 확률로 상자 안의 고양이가 죽지만 당신은 그 상황을 전혀 볼 수 없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한 가지 오해를 했는데, 방사성 원소가 한 시간 뒤 1/2의 확률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한 번 붕괴하는 것처럼 써 놓았다. 이는 2장의 복권 중 1장이 당첨 복권이면, 2장을 샀을 때는 100% 당첨이지만 1장만 사면 그 절반인 50% 확률로 당첨이라는 식이다. 즉석 복권은 적어도 하나의 당첨 복권이 존재하지만, 방사성 원소는 1시간 뒤 확실히 붕괴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런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몰라도 작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팬으로서 작은 오류를 지적해본다.

연애물의 플롯에 양자역학을 접목하여 참신한 이야기를 보여준 점은 대단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적 설명이 고등학교 교양 과목 수준에서(즉, 수박 겉핥기로) 이루어지고, 독자층이 주로 10대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초적인 오류가 몇 개 있었던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SF의 본질은 엄정한 과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청춘 돼지 시리즈를 접한 팬으로서 작가가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