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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사회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보고 - 블로깅과 저널리즘의 공통점

저널리즘을 비평하는 방송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블로거로서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좋은 보도가 항상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도 그렇다. 조회수가 꼭 내가 글에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영리 목적도 아닌데 조회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은 맞지만, 글을 쓰면서 느낀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댓글이나 조회수처럼 외적인 보상을 의식하게 된다.

 


단순히 내 블로그가 주변에 알려지지 않아서 유익하고 재밌는 글을 써도 방문자가 별로 없는 것뿐이라면 괜찮다. 2019년 네이버의 만화·애니 부문 대표 블로거로 선정되신 제스처 님도 2010년부터 꾸준히 활동하신 걸 생각하면 나는 아직 6개월 된 초보 블로거에 불과하니까. 내가 가장 허탈한 순간은 공들여 쓴 글이 조회수가 잘 안 나올 때가 아니라, 그 글이 인터넷에서 퍼온 다른 글과 조회수가 비슷할 때다.

 

 

그럼 조회수가 잘 나오면 기분도 좋아질까? 경험상 그렇지만도 않다. 5월 14일에 올린 '애니 'Vivy'의 제목은 '비비 - 불화석 눈의 노래'가 아니다'는 글은 이미 1,000번 넘게 읽혔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Vivy'를 '비비 - 불화석 눈의 노래'로 알고 있고, 어제도 코리언즈에서 '불화석 눈의 노래 다시 보기'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결국 글의 화제성은 충분했을지 몰라도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 셈이다.

 

 

 

물론 어느 신문사의 기자도 아닌 내가, '정준희의 해시태그'를 보고 공감 운운하는 것이 별로 곱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결국 내 블로그의 존재 이유도 저널리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사회의 공익이나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은 없지만놓치기 쉬운 사실을 지적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글을 쓴 동기라면 이 또한 일종의 저널리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보도가 살아남으려면 충분한 화제성과 후속 보도가 있어야 한다. 블로그도 그렇다.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아카이빙이나 친목질에 있지 않다면 블로그의 장수 여부는 독자와의 소통 여하에 달려 있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위한 첫 단추가 바로 방문자를 늘리는 것이다.

 

 

물론 블로거만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같은 블로그라도 이글루스나 브런치, 티스토리에 숨은 좋은 글들은 검색엔진의 본분을 망각한 네이버의 자사 서비스 밀어주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독자들이 블로그의 글을 스낵컬처처럼 흥미 본위로만 소비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오해하면 안 되는데, 나는 관심 없는 주제의 글을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관심 분야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문제없다. 다만 정보의 출처나 글쓴이의 전문성, 전후 맥락 등을 고려하지 않고 글쓴이의 주장을 함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삼가자는 것이다.)

 

 


이렇게 글에서 사실과 주장, 믿을 만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는 안목을 갖췄다면, 양질의 글을 꾸준히 올리는 블로거를 응원하는 일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댓글로 듣기 좋은 말만 적을 필요도 없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글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아낌없이 칭찬하고 미흡했던 부분은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유튜버들이 왜 "구독과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블로그를 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블로거라면 "댓글과 공감은 힘이 됩니다"로 바꿔도 말이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블로그의 외적인 측면을 실컷 이야기했으니, 글쓰기에 대해서도 적어보겠다. 내가 블로그에 주로 쓰는 글들은 덕질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동시에 미디어 비평이나 자주 쓰이는 표현의 문제점, 사회적 이슈 등을 논하는 에세이·논문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이고 웹사이트나 책 등 외부 자료를 많이 참고하게 된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도 있고, 어디서 보고 들은 걸 그대로 실으면 지루한 글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일부 인용하는 선에서 그치게 된다. 그렇다 보니 혼자 보기 아까운 자료가 있어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아카이빙, 즉 자료의 원본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백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백업이 예기치 못한 오류나 실수에 대비하여 사본을 따로 저장하는 것이라면 아카이빙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자료를 재사용하기 좋게 가공한 DB를 구축하는 일이다.

 

 

블로거가 아카이빙을 하면 좋은 이유로는 아끼는 자료를 소장하는 것부터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쓸 때 자료 수집의 부담을 더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전자는 아래 글을 참고하자.

인터넷 자료 소실의 애도

 

 

 

 

예전에 사용한 자료를 요긴하게 재사용하는 것은 실제로 내가 자주 하는 일이다. 그 자료는 텍스트나 사진일 수도 있고, 또는 어떤 웹사이트의 주소일 수도 있다. 자료의 원본을 하드와 웹 클라우드에 백업해두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자료를 사용한다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

 

 

 

'PC방 전원차단 실험'으로 악명 높은 MBC 뉴스데스크의 2011년 게임 폭력성 보도는 당시에도 언론의 질타를 받았고, 지금까지도 '기레기' 사례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의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고, 이는 엉터리 실험에만 주목하는 유튜버와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자를 조롱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게 전부라면 우리는 그날의 악몽을 조만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오늘>의 6월 28일 자 기사, “MBC PC방 전원차단 보도 ‘레전드 사건’ 희화화 잘못됐다”는 좋았다. '뉴스의 이면, 팩트 너머의 진실'이라는 표어에 걸맞게, 김준경 기자의 보도는 유충환 기자가 욕을 먹는 이유를 짚어주며 문제의 보도를 정식 뉴스에 내보낸 MBC도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처럼 블로그와 저널리즘은 언뜻 무관해 보이지만,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좀 더 가치 있는 글을 쓰길 원하는 블로거라면 좋은 보도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한 아래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자신의 글들을 돌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