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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반도서

<너의 이야기> 어록

주제 :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해라. (X) 현실에서도 가끔 꿈처럼 행복한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말고 믿어달라. (O)

1

어릴 적부터 제게는 친구라곤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함께한 좋은 추억 같은 것도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까 예전 동창한테서 연락이 온다고 해도 기대할 일이 없고요. #

그렇지 않아, 아마가이. 그놈들은 추억을 파고들지 않아. 추억이 없다는 걸 파고들지. 40

동네에는 불만이 없었다. 내 불만의 대상은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다. 이만큼 은혜로운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지 못한 나라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통감하게 되는 것이 괴로운 것이다. 97

학급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실에 머물 곳이 없어진 학생은, 우선 도서관으로 도망친다. 도서관에서도 머물 곳이 없어진 학생은 양호실로 도망친다. 양호실에서마저 머물 곳이 없어진 학생은 집에 틀어박힌다. 111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에 계정을 만들고 나서 모교 이름으로 검색해봤다. 다시 연대를 좁히자 눈에 익은 이름들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중학교 시절 교실에 감돌고 있던 공기가 모니터를 통해 집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126

의억은 의뢰자의 잠재적 열망에 기초하여 만들어지지만, 가공되지 않은 열망을 그대로 집어넣게 되면 기억과 의억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한다. 명백하게 현실과 동떨어진 의억은 작성되더라도 기억에 정착되지 않는다. 타자의 이야기로 처리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억이라는 것은 몽상보다 좀 더 현실적인 '최선의 가능성'이란 형태를 취한다. 163

지금은 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쏟아붇고 싶었고, 그 이상으로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는 걸. 165

나도, 그럴 수 있다면 그녀의 거짓말에 속고 싶었다. 의억과 그녀가 씨줄과 날줄을 엮는 달콤한 이야기에 몸을 내맡기고 싶었다. 꿈이든 의억이든 착각이든 상관없으니 그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다. 그녀는 내가 바라는 것을 다 주리라. #

난, 거짓말이 싫어 199

난, 거짓말이 좋아 200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잃어버린 청춘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열다섯에 해야 할 경험은 열다섯에밖에 할 수 없으며, 만약 그때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얼마나 풍부한 경험을 한들 열다섯의 내 영혼은 영원히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209

내 머릿속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타인의 작품이라니, 너무 허무하지 않아? 210

양호실에는 양호실의 사회가 있었고, 나는 거기에서도 동화되지 못하고 배척되었다. 양호실로 등교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양호 교사의 비위를 잘 맞추는 학생이 있었고, 그렇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다. 231

완성도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엉터리로 만들었다고 해도 "당신과는 감성이 맞지 않았나 보군요."라는 말로 무마해 버리는 것이다.



나는 고독한 중학교 생활을 보내고, 고독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설령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려 했다 한들, 결국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파탄에 이르지 않았을까. 그러고는 지금 이상으로 고독해지지 않았을까. 232

무엇보다 인간과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에 고양이로부터 위안을 얻고자 한다는 동기부터가 불순하다. 함께 살게 되는 고양이가 가엾다. 고양이란 고양이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에 의해 아무 생각 없이 키워져야 하는 자유로운 생물이다. 나처럼 고양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법한 인간이 키우면 고양이는 불행해지고 만다. 258

잃을 것이 없기에 무섭지 않다니, 허세에 불과했다. 나는 무엇 하나 손에 넣지 못하고 죽는 것이 무섭다. 손발의 떨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263

이 거짓을 진실로 바꾸자 300

달콤한 이야기가 모두 함정으로 보이는 심정은, 뼈에 사무칠 만큼 잘 알아. ……하지만 있잖아, 인생에는 이따금 그런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거야.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 그리 흔하지 않듯이, 불행하기만 한 인생도 그리 흔한 게 아냐. 341

시작된 순간 끝나는 사랑과 시작되기 전에 끝나는 사랑. 어느 쪽이 더 비극일까? 351

2

기억이란 건 마음먹기에 따라서 너무나 쉽게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나노로봇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일상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위조해. 3'펠스 에이커스 사건'이라고 들어봤어? 9 - 유도성 질문이 아동의 증언에 미치는 해악

냄새를 맡아보니 그녀가 만들고 있는 요리는 아무래도 고기감자조림인 듯 싶었다. 누가 봐도 픽션 속 소꿉친구가 만들 법한 요리였다. 82 - 니쿠자가

'레테'의 옵션 중에는 '레테를 사용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잊게 한다'는 옵션도 포함되어 있고, 그 옵션을 선택하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대체 레테를 써서 뭘 잊은 것일까'하는 의문을 평생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99

# 임간학교 : 산이나 들에서 일정 기간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주로 여름방학 중에 열리며, 야영, 등산, 극기 훈련과 같은 체력 단력과 정신력 배양 활동을 한다.

거짓말을 의심하는 상대를 안심시키려면 "나는 정직한 사람이다."라고 주장하기보다 차라리 무해한 거짓말을 보여주는 편이 낫다. 값이 싼 상품에다가 굳이 별 의미없는 결점을 부기함으로써 구매자를 설득시키는 방식과 마찬가지다. 180

의억기공사는 비유를 쓰지 않는다. (중략) '여기에 묘사되고 있는 정경이 어떤 메타포일까' '여기에 삽입된 에피소드가 어떤 알레고리일까'등의 퍼즐과 같은 독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어진 이야기에 과잉된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 않고 인생을 향유하듯 의억을 향유한다. #

그렇다고 해서 비유 그 자체의 존재를 경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유는 때때로 화자의 의도를 넘어서서 사물의 핵심을 드러내는 경우마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보다 훨씬 현명하다. 250 - 리갈 던전

내용물에 집중하기를 바란다면 시각적 요소에도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애당초 내 내용물이란 게 남에게 자랑할 만큼 대단하지도 않다. 겉모습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277 - 블로그 글

의억 기공사란 어디까지나 철저히 무대 뒤에 숨은 조력자 역할로 존재해야 한다. 가능한 얼굴을 노출할 일도 발언할 일도 삼가야 하며, 만약 어쩔 수 없이 사람들 앞에 서야 할 경우에는 의억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인물상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의뢰인에게 일종의 꿈을 제공하는 자이며, 꿈의 나라 안내인인 이상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이어서는 안 되었다. 286 - 디즈니랜드 인형탈

만났어야 했는데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이 만났던 과거를 날조한다. 그것은 어떤 의미로 이 세계의 존재 방식에 대한 항거였다. 더 나아가자면 복수였다. 본래 그 두 사람은 이랬어야 한다는 대안 제시. 나라면 그 두 사람을 더 그럴듯하게 존재하게 했을 것이라는 사후평가적 지적. 294 - 팬픽, 2차 창작

좋은 의억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뢰인에 대한 냉철한 시선이다. 의뢰인에 대한 감정 이입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나 자신은 의억의 주인공인 의뢰인과 철저하게 관계없는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만큼은 냉철하게 사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억기공사가 의뢰인이 되어버리는 순간, 상상력은 즉시 날개를 잃고 추락하여 그 작품 세계는 한없이 예정 조화론적으로 지루해져버린다. 298 - 자캐딸, 메리 수

그것은 조잡함에도 순수한 바람이 담긴 의억이 되었다. 아마 이 작품이 널리 공개된다고 해도 칭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지나치게 소원 충족적이며,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지나치게 유치하다고 트집 잡을 것이다. 299 - 웹소설

반평생에 걸쳐 완성한 플레이리스트를 기억을 지우고 처음부터 듣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이런 사치가 따로 없다. 337 - 안 본 뇌 삽니다

이야기라는 건 그럴 마음만 있다면 한없이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이야기이든 끝이 나는 건, 지은이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그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중략) 내 이야기에는 더 이상 더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돼버린 것이다. 여기서 더 덧붙여봐야 모두 사족이 된다. 351 - 뇌절

그녀가 아무리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해도, 마지막 그 순간에 내게서 뭔가를 앗아갈 사람은 아니다. 그런 짓은 명백히 그녀의 행동 윤리에 반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히로인'이 되려고 했던 여자아이기 때문이다. 361 - 무해한 히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