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일러스트겠죠? 개인적으로 '렌탈 마기카'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그리고 '하늘종'의 일러스트 정도를 최고 수준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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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의 위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1권의 흑백 일러스트는 작품에 분위기에 정말 잘 맞았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국산 라이트노벨인 '밀리언 달러 빌'이 있는데, 둘 다 검은 바탕에 여백의 미를 살린 듯한 일러스트가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와 호응하여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문고본에는 모에요소를 완벽하게 거세한 정통파 판타지 소설이 의외로 많이 드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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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슬레이어즈'나 '마술사 오펜'을 예로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인 '태양을 품은 소녀'도 언급하고 싶다. 제목처럼 15살 난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모에 요소를 배제한 중후한 느낌의 다크 판타지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지만 주인공은 항상 낙천적이고, 암울한 과거사를 지니고 있는데도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작품의 흑백 일러스트처럼, 명암이 뚜렷하고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디.
눈에 보이는 ‘모에’ 나 말초신경을 흥분시키는 자극적인 요소로만 가득한 소설들이 범람하는 요즘 장르시장에서, 이 정도로 따뜻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로 넘쳐나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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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을 타깃으로 한 '데이트 어 라이브'나 '회복술사의 재시작'처럼, 탄탄한 스토리텔링보다는 감각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작품이 라이트노벨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장르 소설을 판타지, SF, 추리, 스릴러, 라이트노벨 등의 총칭으로 본다면 '청춘 돼지'의 카모시다 하지메나 '아빠 말 좀 들어라'의 마츠 토모히로 등 '따뜻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로 넘쳐나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는 확실히 드물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의외로 인상깊게 다가왔던 인물은 페리오의 둘째 형, 레지크였습니다. 흔해빠진 자기파멸류의 인격 부분이 아니라 정치가로서, 지도자로서 판단하는 부분이 말이죠. 확실히 이런 유형의 판단을 내린 정치가는 소설은 물론 현실 역사에서도 상당한 숫자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심리 묘사를 해낸 작품은 없었기에 꽤나 신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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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품은 소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홀시드 제국의 제1황자 그롤 바르데카는 천성이 악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사람 보는 눈이 없어 결국 자기 부하였던 윌름 그란블에게 배신당하고, 그제서야 주인공을 믿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소설에서 그롤은 3인칭 시점에서 단지 무능한 정치가로 묘사될 뿐이지만, 주군을 배신하려는 윌름의 복잡한 속내를 1인칭으로 서술한 것은 그를 흔한 기회주의자가 아닌 매력적인 악역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총평: 소설의 장단점을 골고루 설명하면서도 글쓴이의 생각이 잘 드러난 좋은 리뷰였다. 글쓴이는 이 작품이 초반 몇 권은 재미없지만, 쌓이고 쌓여 최종권에서 포텐이 터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은 작품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만한 장점이자 단점으로 생각된다. 분명 전권을 읽은 독자들에게 만족스러운 피날레를 보여주는 것은 팬서비스로는 합격이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앞부분만 읽은 독자가 지루함을 못 견디고 하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1권을 읽을 때의 몰입감을 이어가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는 라이트노벨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 시리즈가 점입가경으로 갈수록 재밌어지는 경우는 확실히 흔치 않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와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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