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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이트노벨

[공유] 라이트노벨 팬들은 한국 웹소설을 싫어할까?

기존의 서브컬처 계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웹소설에 대해 거리감을 두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매체를 좋아하는 팬들이 새로운 매체를 경계하며 보수적인 관점을 보이는 경우는 흔하고, 이런 관점 때문에 웹소설이라는 매체 자체가 부당한 비난을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매체의 차이에 따라 표현법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것이 호불호가 갈리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라이트노벨 등의 타 매체를 좋아하던 팬들이 한국 웹소설을 비판하면, 한국 웹소설 팬들이 대거 반박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특히 서브컬처 계열 남초 사이트에서는 서브컬처 및 오타쿠를 둘러싼 인사이더/아웃사이더 담론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웹소설에 대한 거리감이나 거부감이 심해지는 일도 있다. 이는 웹소설은 인사이더 계층의 문화인 반면 라이트노벨은 아웃사이더의 문화라는 이분법적인 인식이 이러한 사이트의 이용자들 중 일부에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웹소설 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루리웹 등지에서는 한국 웹소설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인사이더 문화'라는 이유로 거부감을 보이는 반면 라이트노벨에 대해서는 오타쿠인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웃사이더 문화'라는 이유로 다분히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사례도 발견되며, 더 나아가 웹소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한국 장르문학 시장에서 도태된 국산 라이트노벨을 '인사이더 문화에 밀려 사라진 아웃사이더 문화'라며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일도 있다.

또한 남녀간의 젠더 갈등에 기인하여 웹소설에 대한 거리감과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는 여성향 라이트노벨의 존재로 인해 남성향과 여성향이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일본과는 달리 여성향 라이트노벨이 거의 출간되지 않아 남성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한국 라이트노벨 시장만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문제이다. 전술한 것처럼 한국의 라이트노벨 시장은 남성 위주고 그 독자들도 대부분이 남성인데 비해, 한국의 웹소설 시장은 여러 장르의 남성향 웹소설과 로맨스 소설로 대표되는 여성향 웹소설이 공존하고 있어 독자의 성비가 균등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성의 비율이 높은데다 '아웃사이더'를 자칭하는 서브컬처 계열 남초 사이트 유저들은 본인들이 '인싸문화'라고 생각하는 웹소설에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웹소설은 여성향이 강세라거나 웹소설은 여초 문화라는 편견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웹소설의 장르 분포에 있어 남성향과 여성향이 거의 대등하기 때문에 이는 그들의 오해일 뿐이다.

라이트노벨과 한국 웹소설의 작법과 상법의 차이로 인해서 거리감과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라이트노벨의 경우 대리만족을 목적으로 주인공과 히로인의 연애를 묘사하는 유사연애 상법이 흔히 쓰이며 '히로인 중심 노선'의 형태로 작품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웹소설의 경우에는 주인공의 성취와 성공을 강조하고 히로인의 존재는 덤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애와 결혼을 기성세대의 전유물처럼 여기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끼는 한국의 웹소설 주독자층(30대)이 라이트노벨의 로맨스 요소에 잘 공감하지 못하며, 굳이 매체를 통해 연애에 대한 환상을 충족하려고 들지 않는 집단이기에, 웹소설에서는 이러한 독자들의 취향에 맞추어 연애의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라이트노벨에 익숙한 서브컬처 계열 남초 사이트 유저들은 히로인의 존재를 최대한 배제하는 웹소설의 소위 '히전죽' 전개에 당황해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서브컬처 계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국 웹툰에 대해 큰 거부감을 보이고 일본 만화와 미국 만화로 대표되는 출판만화를 이상적으로 여겨 우상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도 여러모로 유사한 모습이기도 하다.

나무위키, '웹소설의 정치학' 수정 인용

 

웹소설/라노벨, 웹툰/종이책 가리지 않고 즐기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내게는 순문학이나 라이트노벨을 읽으며 길러진 안목으로 웹소설을 무시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직접 읽어본 작품도 거의 일본 것에, '전생슬'이나 '유녀전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단행본으로 접한 경우가 전부라 웹소설은 대부분 필력이 떨어지고 내용도 유치할 것이라고 멋대로 믿었던 것 같다. 은연중에 국내 웹툰을 멀리하고, 연재 만화를 책으로 내는 경우가 많은 일본 만화를 주로 소비해온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블로거이자 비평가로서,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고 외면해서는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연유에서 이번 주 안으로 블로그에 웹소설 '이계생존계획'을 소개해볼까 한다. 같은 맥락에서 순정만화인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와 '하나노이 군과 상사병'도 사서 봤는데, 순정만화는 여성향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남자들도 볼 만한 만화였다. 별로 재미가 없어서 리뷰할 마음이 안 들 뿐이지, 그림체나 캐릭터의 매력,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은 나름 괜찮은 수준이었다. 라이트노벨과 일본 만화를 즐기는 독자도, 이 글을 읽고 웹툰이나 웹소설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