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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라이트노벨

귀국자녀 - 라이트노벨로 알아보는 일본 문화



라이트노벨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에는 시마다 미나미라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독일에서 살다 온 그녀는 귀국자녀라서 한자를 읽을 수 없었고, 후미즈키 학원의 분반 시험에서 국어 과목을 망친 탓에 학년 최하위 F반에 배정받게 된다. 그러나 수학은 수식만 읽으면 풀 수 있기에 좋은 성적을 받았고, 이때문에 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에도 반영되었고, 귀국자녀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도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귀국자녀란 어떤 사람일까?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청소년기 내지는 성인기에 귀국한 일본인을 가리키는 일본어이다. 한국어 사전에는 이런 단어가 없고 "교포", "이민 1.5세" 등의 어휘가 올바른 표현법이지만, 단어의 한자로부터 직관적으로 뜻을 알기 쉽다는 이유로 역시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쓰이고 있다. 

나무위키(일본식 한자어)



특정 집단이란 오타쿠를 말하는 것인데, 소설에 없었던 귀국자녀라는 용어가 애니메이션에서 추가된 것은 그 표현이 애니메이션의 주 고객인 오타쿠들에게 더 친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960년대 일본 문부성에서 해외 장기 체류 후 일본으로 돌아온 일본인들의 자녀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 일본에서 쓰게 되었다.

본래 교육현장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귀국한 자녀들은 문제가 많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만들어낸 딱지 붙이기 용어였다. 일본식 교육을 받지 않아 일본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라는 인식이었던 것. 지금은 국제화의 진전으로 '귀국자녀=문제아'라는 인식은 많이 없어진 상태이나, 여전히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민 1.5세와는 다르다. 이민 1.5세는 "어린 시절에 외국으로 간 이민자"를 뜻하기 때문이다. 귀국자녀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을 뿐, 엄연히 이민자가 아니라 귀국자를 뜻하는 낱말이다.

나무위키(귀국자녀)



즉, 부모의 해외 출장 등으로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일본에 들어온 아이들을 귀국자녀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낱말이 나온 배경은 일종의 사회문제로, 일본의 경제 발전으로 부모가 아이를 동반하여 장기 해외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생겨난 것이다. 어린 시절에 현지에서 공부를 한 아이들이 외국의 자유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본의 문화나 교육 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본의 교사들도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라서 막막해진 일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귀국자녀라는 말에는 군대 고문관같은 존재로 여겨서 별도의 명칭을 부여해서 부정적이고, 외부의 존재라는 태그를 붙이는 가치판단이 깃들어 있다.

이렇게 이 낱말이 뜻하는 바는 교포나 이민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포나 이민 1.5세로 그대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교포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거나 한국에 연고를 가지면서 해외에서 생활 기반을 갖춘 사람이며, 이민 1.5세는 청소년기에 이민을 가서 해외에 정착한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귀국자녀'는 '귀국하고 나서 특수한 학업문제를 겪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도 않고 딱히 대책을 세우지도 않기 때문에 해당하는 낱말이 없는 것이다.

나무위키(일본식 한자어)



위 글을 읽고 우리가 떠올릴 법한 것은 기껏해야 탈북자나 조선족, 재외 한인 정도이지만 한국이 지금의 일본 경제를 따라잡게 되면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