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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To Be Continued - つづく(츠즈쿠)의 유래

 



한국의 출판 업계에 한해 90년대가 도서대여점의 시대였다면, 2010년대 이후는 웹소설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까닭인지, 웹소설 작가로 먹고 살려면 주당 5회, 또는 일일 1회 이상은 연재해야 한다고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 공주가 대한민국에 태어난다면 그 칼 같은 절단 마공과 분량 조절 솜씨로 웹소설 작가로서 크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웹소설은 조아라, 문피아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료 연재되는 방식이라면 일본은 인터넷 소설 창작 사이트('소설가가 되자' 등)에서 흥행한 작품이 라이트노벨로 출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가(이야기꾼)가 하나의 긴 이야기를 잘개 쪼개어 여러 개의 단편을 독자(청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웹소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장회 소설이나 우리나라의 방각본, 일본의 요미모노 모두 비슷한 구성을 공유하고, 앞서 말한 '아라비안 나이트'도 그렇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절단 마공이 요긴하게 쓰였던 매체라는 것으로, 여기에는 수익 창출이라는 상업적인 이유와, 길어서 한 번에 다 못 듣는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섞여 있다.

 

벽람항로 2화 & 신기동전기 건담 W 2화 (오마주?)


그럼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글에서 다룰 주제의 핵심 키워드인 절단 마공의 정의를 짚고 넘어가자.

 

만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주 쓰이는 연재 기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다음 화에 계속'이란 식으로 내용을 끊어버리는 행위를 무협물의 마공에 비유하여 만들어진 인터넷 용어다. 서양에서는 클리프행어(Cliff Hanger)라고 부르는데,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나무위키, '절단 마공'

 

위 정의에서는 한국과 서양의 예를 들었지만, 일본에도 비슷한 수법이 있다. 영어의 'To Be Continued'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つづく'(츠즈쿠)로, '다음 화에 계속'과 같은 의미이다. 직역하면 '잇다, 이어지다, 계속하다'는 뜻의 동사로, 연재 소설이나 TV 시리즈에만 써먹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장문의 글을 쪼개서 올리거나 만화에서 다음 화를 예고할 때도 위 문구를 넣는다.

 
 

이 관습은 일본의 '코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참고 문헌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궁금한 독자는 직접 책을 읽어보자.

 

과거에는 코단샤 등에서 "충분히 들으신 듯하니(お後がよろしいようで)"하고 한창 절정에 도달할 때 끊으면 안달이 난 청중이 다음 이야기를 채근하며 "얼른 이어서(続き, 츠즈키) 들려주게"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래서 연재물을 일본어로 츠즈키모노(続き物)라고 하는 것이며, 지금도 일본의 연재만화나 소설 끝에는 츠즈쿠(つづく, 続く)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책 '서브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478p (손지상, 워크라이프,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