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상물의 인기 비결 - 자극과 역치의 관계

자극, 역치 등의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니 전편을 읽고 오는 것이 좋다.

1. 일상물이란 무엇일까?

 


일상물이란 '학교, 직장, 여행, 우정 등 일상적인 소재를 밝고 가볍게 그려낸 작품'으로, '중대한 사건, 위기, 갈등이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 나무위키) 일상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은 많지만, 글에서는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한정한다.

2. 일상물의 특징은 무엇일까?

 

1) 플롯

그럼 사람들이 일상물을 보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애초에 사람들이 작품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주인공에게 몰입하여 그의 심정에 공감하고,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며 만족을 얻기 위해서이다"라고. 이는 대부분의 작품의 플롯이 '3막 구조'를 따르기 때문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도입부에서 비일상적인 사건이 시작되고, 중간부에서 사건의 긴장과 갈등이 점차 고조된다. 그리고 결말부의 극렬한 지점을 지난 뒤 긴장과 갈등이 점차 완화된다. 마침내 모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주인공은 성장해 있다.

'더 쉽게 소설 쓰기에 입문해보자', https://brunch.co.kr/@vicotorlee/32

 

위와 같은 형태의 플롯은 도입부-중간부-결말부의 3단 구성 때문에 3막 구조라고 부르며,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는 이야기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기에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플롯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3막 구조로 된 플롯은 반드시 갈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성장한 주인공을 보며 감탄하려면 우선 역경이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갈등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인데, 이는 3막 구조의 위력이 주인공에 대한 몰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떡꼬치식 플롯의 모범적인 예​


왜 일상물 이야기는 안 하고 3막 구조에 대해서만 설명하냐고? 앞서 일상물의 정의를 소개하며 일상물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왜, 다른 작품들에는 다 있는 갈등이 일상물에만 없는 것일까? 그것은 일상물의 플롯이 3막 구조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일상물의 전개를 두고 '옴니버스식', '에피소드식'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일상물의 플롯이 핫바처럼 길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떡꼬치처럼 짧은 일화(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오는 형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2) 대상 독자

 

그렇다면 일상물은 왜 핫바식(3막 구조) 플롯 대신 떡꼬치식 플롯을 채택할까? 그 이유를 알려면 앞서 강조한 3막 구조의 두 가지 특징, 즉 갈등의 필요성과 몰입의 중요성을 생각해야 한다. 3막 구조로 된 플롯의 재미는 '병(갈등) 주고 약(해결) 주는' 식의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데, 이는 즉 독자에게 스트레스를 준 뒤 독자가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희열을 극대화하는 것이 3막 구조의 역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러 스트레스를 받으려고 만화를 보는 사람은 없는데, 여기서 지난 번에 소개한 '역치'라는 말이 등장한다.

항마력도 역치의 일종이다.


역치란 반응에 필요한 자극의 최소 강도로, 간지럼을 잘 타는 사람은 간지럼에 대한 역치가 낮다고 할 수 있다. 짜증(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인데, 짜증에 대한 역치가 낮은 사람은 주인공이 조금만 답답한 모습을 보여도 불만을 터뜨린다. 사람들이 만화나 애니를 평범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짜증에 대한 역치가 높기 때문인데, 이것을 보통 인내심이 많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의 인내심은 무한하지도, 한결같지도 않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3막 구조로 된 작품을 감상하려면 일정 수준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자극의 정도는 나이, 성별, 취향, 과거 경험 등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과 그날의 컨디션처럼 잘 변하는 부분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공포 영화 마니아라도 일주일 동안 악몽 때문에 한숨도 못 잔 상태로 쏘우를 즐길 수는 없는 것이다.

 

경쟁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편안한 창작물의 세계에 안주하려는 것이 일상물과 같은 장르의 유행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다.
나무위키


정리하면 3막 구조의 플롯은 스트레스를 재미로 승화시키는 방식이기에 회사원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며, 떡꼬치식 플롯의 일상물이 그분들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3) 힐링, 그리고 지루함

누군가의 강장제, 다른 누군가의 수면제​


그렇다면 일상물이 다른 작품들보다 심적 부담이 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상물과 다른 작품들을 구분하는 두 가지 측면, 바로 갈등의 유무와 주인공에 대한 몰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상물은 떡꼬치식 플롯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3막 구조의 플롯처럼 갈등을 넣을 필요가 없고, 극의 호흡이 짧기 때문에 몰입에 따른 감정 소모도 덜한다. 즉 다른 작품들처럼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갈등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수족관의 물고기를 보는 느낌으로 인물들의 일상을 조용히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일상물이 마음이 편한 이유이다.

 

판타지 설정이 들어간 작품들은 공감이 안 되고, 진지하고 현실적인 작품은 기분만 우울해지지만, 일상물은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데다 힐링까지 되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위키


하지만 마음 편히 볼 수 있다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정 소모가 적다는 것은 감정선이 단조롭다는 뜻이기도 하며, 이는 사람에 따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치유계 일상물이 그러한 이미지가 강한데, 치유물/일상물이 지루하다는 것은 맞는 말도, 틀린 말도 아니다. 그저 사람마다 지루함을 판단하는 기준인 역치가 달라서 생기는 견해차일 뿐이다. 어떤 작품이 주는 자극이 그 사람에게 너무 약하면 지루한 작품이 되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피곤한 작품이 되지만, 적당하다면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는 것이다.

3. 일상물의 미덕은 무엇일까?​

 

내용이 원패턴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일상물에서 느끼는 재미에는 개인차가 있고, 이는 사람마다 역치가 다르기 때문이며, 적정 강도의 자극이 주어질 때 작품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일상물이 지루하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 것도 자극의 강도 때문일 텐데, 그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자극이 너무 약할 때, 너무 강할 때, 적당할 때의 세 가지 경우를 살펴보겠다.

먼저 이야기가 주는 자극이 너무 약하면 지루한 이야기가 되는데, 이러한 작품의 예로는 <토끼와 거북이>나 <슬라임 300년> 등이 있다. 전개가 단조롭고, 갈등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자극이 너무 강하면 피곤한 이야기가 되는데, 이러한 작품의 예로는 <쏘우>, <스쿨 데이즈> 등이 있다. 전개가 파격적이고, 갈등이 첨예한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자극이 적당하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는데, 플롯에 3막 구조를 영리하게 활용한 작품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전개가 뻔하지만 매력적이고, 갈등이 적당히 들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자극의 강도에 따라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정리해 봤는데, 갈등도 없고 소재도 평범한 일상물은 '자극이 너무 약해서 지루할 수 있는 작품'에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일상물은 왜 보는 걸까?


그것은 사람들의 '짜증에 대한 역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즉 작품에서 얻는 재미보다 그 부산물인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는 것인데,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같은 양의 이익보다 손실의 영향을 더 의식하는 인간의 심리를 손실 회피 성향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지루하다는 것은 일상물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칭찬이라고 볼 수 있으며, '왜 지루한 일상물을 볼까'가 아니라 '왜 다른 것은 잘 보지 않을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맺음말


일상물의 개념, 특징, 장단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일본의 일상물 애니는 1969년 방영한 일본의 국민 애니 '사자에상'부터 2022년작 '슬로우 루프'에 이르기까지 무려 5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글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마친다.

당신이 일상을 지루하게 여길 때, 누군가는 당신의 그런 평온한 일상을 부러워한다.


일상물 애니 추천

 

 

일상물 애니 추천 및 간단한 평가 VER 2.0 - 키라라 판타지아 갤러리

예-전에 올렸었는데 이번 남은 설 연휴는 물론이고, 일상물 애니에 대하여 간단한 평가 및 설명을 할 예정. 저번에 올린 버젼의 합본이고, 키라라+비키라라계 애니들을 설명하고 있다.1. 입덕용

gall.dcinside.com

 

일상물 난민이 생기는 이유

 

일상물만 유독 난민이 생겨나는 이유는 과거의 유명한 작품을 몰아보는 것으로는 고단한 일주일의 힐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 그것은 매주 방영하는 신작을 봐야 해소되는 것이며 그 분기에 좋은 일상물이 없으면 '난민'이 생겨나게 된다.

(중략)

한 편을 보고 다음 화가 기다려져야 긴 호흡으로 작품을 시청할 수 있는데, 일상물은 매주 한 편씩 소소한 재미와 기분 전환을 위해 보는 것인지라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도 몰아서 보면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나무위키


일상물의 주 고객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

 

 

요츠바랑!

 

논논비요리

 

유루캠

 

유루유리

 

 

슬라임 300년

 

 

아사쿠사 오니 부인 일기

 

 

카페 알파